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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말에 심장이 바닥까지 떨어졌다가도 아키라의 말에 머리까지 올라왔다. 결국 영하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선크림에서 눈길을 거뒀다. 아키라가 수영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고마워, 잘 쓸게.”

 

딱 한 마디에 모든 걸 보상 받은 기분이었다. 수영이 기분 좋게 웃었다. 양 볼에 붉은 꽃이 피었다. 아키라가 제 편을 들어줬다. 영하가 아니라 자기가 편을 들어줬다. 영하를 이겼다. 수영은 의기양양하게 영하를 쳐다보았다. 토라진 듯한 표정이 꽤 재밌게 보였다.

 

[배달 왔습니다.]

“잠시 만요.”

 

아키라가 지갑을 들고 현관으로 향했다. 때마침 도착한 닭에 수영은 더 기분이 좋아졌다. 매 번 똑같은 메뉴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축배를 들 시간이었다. 수영은 신나게 주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가장 좋아해야 영하가 아무 반응이 없었다. 평소와 다른 텅 빈 얼굴.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서 오는 무서움.

“뭐야, 형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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