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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는 순식간에 아키라의 손에서 선크림을 낚아챘다. 수영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뭐야? 그걸 왜 형이 가져가?”

“나 쓰라고 가져온 거 아니야?”

“내가 왜? 당연히 선생님 드리려고 가져온 거지. 형은 양산이나 써.”

“이거 내가 쓰는 선크림이잖아.”

 

이게 무슨 소리인가. 수영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분명 아키라가 사는 걸 봤는데.

 

“너도 알다시피 내가 뱀파이어잖아. 햇빛에 민감해서 선크림은 필수거든. 이 제품이 안 끈적거리고 좋아. 매 번 아키라가 사다줬는데. 이번에는 네가 사다줬네. 뭐, 어쨌든 잘 쓸게.”

 

얄미운 웃음. 잘못 알았다. 괜히 사왔다. 자신의 실수였다. 수영은 화도 못 내고 씩씩거렸다. 뱀파이어 주제에 선크림이라니. 뱀파이어면 뱀파이어답게 낮에는 외출하지 말아야지, 뭔 선크림을 바른단 말인가. 뺏어서 환불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수영의 눈가가 붉게 변했다.

 

“수영이가 저한테 준 거니까 제가 써야죠.”

 

눈물방울이 떨어지기 전, 아키라가 영하에게서 선크림을 가져갔다. 수영의 얼굴이 확 폈다.

 

“그치만 넌 이 제품 잘 안 쓰잖아.”

“조금씩 쓸 거니까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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