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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이 소파 옆에 둔 가방을 뒤적였다. 아키라에게 주기 위해 일주일 전에 백화점에서 사왔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이었지만 아키라가 쓸 생각을 하니 아깝지 않았다. 매끄러운 포장지의 감촉이 손에 닿았다. 수영이 자신의 손 크기만한 상자를 꺼냈다.

 

“이게 뭐야?”

“전에 쓰시는 것 같아서.....”

 

쑥스럽다. 수영은 아키라에게 상자를 내밀면서 눈조차 마주치지 못했다. 아키라의 긴 손가락이 포장지를 한 겹, 한 겹 벗겨냈다. 리본이 풀리고 포장지가 바닥으로 떨어질 때마다 수영의 심장이 쿵 쿵 울렸다. 이윽고 포장이 모두 사라지고 선물이 나왔다. 선크림이었다.

 

“이걸 사왔어? 이거 쓰는 건 뭘 보고 알았어?”

 

선크림을 보고 가장 먼저 말한 이는 영하였다. 영하는 신기하다는 듯 수영을 보았다. 수영은 영하의 물음에는 귀찮다는 듯 말도 하지 않았다.

 

“이거 꽤 비쌌을 텐데.”

“괜찮아요. 얼마 전에 용돈도 받았는걸요.”

 

수영은 아키라가 선물을 거절할까, 괜찮다고 말했다. 그다지 괜찮은 상황이 아니라도 아키라가 기쁘게 받아준다면 뭐든 괜찮아 질 것 같았다. 그러나 괜찮다는 말에 고맙다고 답한 이는 아키라가 아니었다.

 

“그래? 그럼 고맙게 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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