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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이 눈을 내리깔았다. 아키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성공이다. 수영이 결정타를 날릴 준비를 했다. 올려다보던 눈을 내리깔고 바닥을 보며 손을 꼼지락 거렸다. 누가 봐도 수영의 편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표정. 심지어 상대는 수영을 아끼는 아키라였다.

 

“제가 더 말렸어야 했어야했는데.......”

 

누가 봐도 영하가 죄인인 상황이었다. 아키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눈앞에 상황이 그려지는 듯했다. 하지 말라는 수영과 평소처럼 수영을 놀리고 있었을 영하, 그리고 냉장고에 고이 잠들어 있을 반찬들과 냉장고에 붙어있을 쿠폰. 머리가 아파왔다.

 

“괜찮아, 들어가자.”

 

아키라는 수영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 문 앞에는 영하가 뾰로퉁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영하는 아키라 뒤에 숨어 들어오는 수영의 노려보았다. 날카로운 눈, 서늘한 입매.

 

“네가 언제 말렸어? 주문도 네가 했잖아.”

 

공기가 다르다. 영하가 사람이 아니라는 게 그제야 느껴졌다. 순식간에 내려간 온도에 수영은 엄마를 찾듯 아키라의 등으로 바짝 붙었다. 아키라는 등 뒤에서 퍼지는 무거움에 고개를 돌렸다. 아키라와 눈이 마주친 영하가 서늘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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