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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치사함의 끝. 어쩜 자기보다 한참 어린 고3한테 저런 말을 하는 걸까. 400년이나 살았다면서 고작 19살 이겨서 기분 좋은가. 게다가 마늘, 그놈의 마늘.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이렇게 자주 먹으면 물리기 마련이다. 이제는 마늘간장을 하도 많이 먹어서 위염까지 생길 지경이었다. 무슨 놈의 뱀파이어가 마늘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수영은 토라져, 휴대폰 게임을 켰다. 내가 그냥 넘어갈 줄 아냐, 두고 보자. 때마침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수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달려갔다.

 

“선생님!”

“나 왔어. 둘 다 밥 먹었어?”

 

수영이 반갑게 다가오자, 아키라는 수영을 보며 웃어주었다. 이렇게 달려올 때는 꼭 강아지 같다.

 

“아니요, 저 형 또 닭 시켰어요. 이제 마늘간장 때문에 속 아프려고 해요.”

 

수영은 한껏 불쌍한 표정으로 아키라를 올려다보았다. 아키라는 수영에게 약했다. 숙제를 깜빡했거나 과외를 빠진 날도 이 표정이면 아키라는 별 소리 없이 넘어갈 정도였다. 외동으로 자란 아키라에게 수영은 막내 동생 같았다. 수영 역시 그걸 알고 있었기에 아키라를 친형 이상으로 따랐다. 그러면서도 아키라의 마음을 악용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그 영하가 영하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또?”

“네, 제가 안 된다고, 선생님이 밥 먹으라고 했다고 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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