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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수준 높은 마법진이에요. 이 마법진은 마법을 사용할 때 힘을 증폭시켜주는 것 같네요. 다만, 이 부분이 빠져있어 이 상태로 구동하면 밑이 깨진 항아리처럼 힘이 새어나오겠지만요. 아마 저 소년도 그 부분을 못 찾았던 것 같아요.]

'알았어, 알았다고. 그래서 여길 어떻게 하면 되는데?'

[잘 따라 오셔야 합니다?]

 

 

어느 새 품 안에서 쥘 부채를 꺼내든 사이는 부채의 끝으로 소년이 그려야할 부분을 느릿하게 칠판에 대고 덧그렸다. 히카루는 투명한 부채의 흔적을 따라 느릿하게 분필을 움직였다. 분필을 쥔 작은 손이 움직일수록 하얀 가루가 포스스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고, 점점 히카루가 비어있는 마법진을 채워나갈 수록 뒤에서 지켜보던 아키라의 눈이 커져갔다. 하지만 그런 아키라의 반응을 확인 못한 히카루는 제 키보다 높은 부분을 요구하는 사이 때문에 투덜거리며 근처에 있는 의자 하나를 끌어와 그 위에 올라서서 마저 분필로 사이의 요구사항을 그려 넣었다. 한동안 교실엔 두 사람의 작은 숨소리와 분필이 칠판을 통통 두들기는 명쾌한 소리만이 차올랐다.

 

 

"...됐다!"

 

 

의자 위에서 히카루가 폴짝 뛰어내리며 외치는 소리에 아키라는 소년이 제 마법진에 덧그린 것들을 다시금 확인하고는 경악했다. 저게... 쟤가 그린 거라고? 아직까지도 믿기지가 않지만 히카루가 삐뚤빼뚤하게 써넣은 부분을 두 눈으로 더듬던 아키라는 제 심장이 쿵쿵 울리는 걸 느꼈다. 천재라는 소리를 듣고 자란 아키라였다. 제 또래에선 저와 겨눌 자가 없다고 생각했던 아키라였고 또 훌륭한 마법학교인 기원에서도 그렇게 살아왔던 아키라였다. 그런데 이 아인 누구지? 어떻게 저 부분이 모자라다는 걸 한 눈에 알아챈 거야? 저 부분에 그 공식을 어떻게 그리 쉽게 대입한 거야? 아키라는 물밀려오듯 저를 잠식하는 의문으로 인해 떨리는 두 손을 감추지 못하며 의자에서 내려와 제 곁에 서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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