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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열중하는 모습이 뭔가 멋있어 보이고 대단해 보여서 히카루는 저도 모르는 사이 교실에 발을 들였다. 붉은 황혼이 가득 들어찬 교실에서 그 소년은 제 키의 두 배가 넘는 칠판 앞에 홀로 서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생각이 잘 풀리지가 않는 지 미간을 구기기도 하고 무언가를 쓰기위해 분필을 들었다가도 칠판 위에 적지 못하고 손을 내렸다. 마침내 히카루가 도착한 검은 칠판 위엔 소년이 그렸을 것이라고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마법진이 칠판 한가운데를 빼곡히 메우고 있었다. 하지만 작은 손과 발목까지 늘어진 검은 로브에 잔뜩 묻은 새하얀 분필가루가 저 엄청난 마법진이 소년의 작품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너 대단하다."

"......어?"

"아. 안녕?"

 

 

제 혼잣말에 그제야 히카루가 옆에 있다는 걸 깨달은 아키라가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했다. 연옥빛 눈을 마주한 히카루가 멋쩍게 웃으며 인사를 건넬 즈음 칠판 앞까지 다가온 사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이는 정말 신이 났는지 두 눈을 반짝이며 분필로 써진 마법진이 혹여 지워질까 조심스레 손으로 더듬어가며 마법진을 살피고 있었다. 그러다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두 팔을 휘적이며 히카루를 애타게 불러대기 시작했다.

 

 

[히카루, 히카루! 여길 봐요!]

"...어, 안녕?"

[여기 이 부분이 비어있어요. 이걸 채워 봐요, 우리!]

"어... 저기, 초면에 미안한데 저 마법진에 내가 손 대봐도 괜찮아?"

"어? 상관은 없는데..."

 

 

말끝을 흐리며 제가 그린 마법진을 한 번, 히카루를 한 번 바라보는 눈빛엔 의아함이 담겨있었다. 이 아이가? 어찌되었든 저도 어느 부분에서 막히고 있는 지 감을 못 잡는 상황에서 저 아이의 답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여긴 아키라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여주곤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아이가 칠판에 그린 마법진을 훼손시키더라도 이미 기본적인 구조는 다 외우고 있으니까. 아키라의 눈빛에 머쓱하게 웃곤 분필을 쥔 히카루는 사이의 손끝이 가리키는 부분에 분필을 가져다 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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