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다시금 며칠 전 과거 자신의 멱살을 틀어쥐고 앞뒤로 흔들어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른 히카루는 땅이 꺼질 정도로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서 사이가 찡찡거리든 무어라 말을 걸든 무심히 걸음을 척척 옮기던 히카루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반쯤 열려진 교실 문에 찰싹 달라붙은 채 그 안을 구경하는 사이를 발견했다.

 

 

"사이. 거기서 뭐해?"

[히카루! 얼른 이리와보세요! 저기, 저 아이! 정말 대단하네요!]

"아이? 수업 다 끝났는데 누가 교실에 남았나?"

 

 

히카루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교실 안을 정신없이 구경하고 있는 사이 너머로 교실을 내다보기 전 여기가 무슨 교실인지 확인했다.

 

- 3-A반.

 

선배들 반이네. 고작해야 저와 나이차이라곤 많아봤자 서너 살 정도 차이 나는 사람들이 제가 마법을 잘 못한다고 놀려대는 꼴이 보기 싫어 선배들을 피해 다녔던 히카루로선 얼른 교실 안만 확인하고 다시 가던 길을 가려고 했었다.

 

교실에 홀로 남아 칠판에 마법진을 그리고 있던 아이가 제 또래의 남자아이만 아니었다면.

 

엥. 내 또래의 녀석이 왜 여기 있지? 히카루는 제가 혹시 교실을 착각했나 싶어 고개를 쑥 빼내어 다시금 반을 확인했다. 저가 잘못 보지 않았다. 이 교실은 3학년 A반이 맞았고 깊은 초록빛이 감도는 머릿결을 지닌 단발 소년은 아무리 봐도 제 나이대의 소년이었다. 저 녀석, 선배한테 걸리면 엄청 혼날 텐데. 각 학년별로 학생들을 능력에 따라 철저히 A, B, C등급으로 나눠 반을 구성하는 학교 규칙에 의해 늘 A반 녀석들은 같잖은 부심을 부려댔고 히카루는 그게 늘 짜증나면서도 내심 부러워했었다. 저보다 2학년이나 높고 게다가 A등급의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실에서 1학년인 듯한 학생이 칠판을 멋대로 사용하고 있다니. 아마 선배들에게 걸린다면 눈이 돌아갈 일이었다. 소문으로는 정말 똑똑한 학생들은 학년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하는 데, 그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6/9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