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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갸웃 기울이는 아카리에게 히카루는 들고 있던 책을 들이밀며 손가락으로 책의 오른쪽 아래에 선명한 검붉은 자국을 톡톡 두들기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 보니 핏자국 같기도 하고. 아닌가? 에이 설마.

 

 

"여기 있잖아. 시커먼 자국. 꼭 핏자국 같은데..."

"어디? 아무 것도 안 보여, 히카루."

"그러니까, 여기! 군데군데 핏자국처럼 얼룩져 있잖아?"

[보입니까?]

"아까부터 보인다고 했잖,"

 

 

여전히 못 알아보는 아카리에게 조금 짜증 섞인 말투로 대꾸하던 히카루는 제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낯선 음성에 무심코 답했다. 어? 방금 누군가가 말을 걸지 않았나? 당황한 히카루의 갈색 눈동자가 정신없이 데굴데굴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어디야? 어디서 들려 온 거지? 불안한 히카루의 시선이 저를 둘러싼 온갖 책장에 닿을 무렵 그 목소리는 다시금 들려왔다.

 

 

[제 목소리가 들립니까?]

"...... ."

[제 목소리가 들리는 거지요?]

"...누구야? 혹시 사서 선생님? 장난치지 마시고 얼른 나오세요!"

"히카루! 왜 그래, 무섭게!"

 

 

책을 쥔 히카루의 손에 땀이 차올랐다. 히카루는 축축해진 손아귀를 느끼며 제 등 뒤에 있던 창을 바라보기 위해 몸을 휙 돌렸다. 유리를 통과하며 저 높은 푸른 곳에서부터 새하얗게 쏟아져 내리는 하얀 빛이 히카루의 뺨을 쓰다듬었다. 히카루 맞은편에 서 있던 아카리는 갑자기 변한 히카루의 반응에 덩달아 무서워져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만났어. 드디어, 만났어. 천지신명이시여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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