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히카루는 제 통치를 비판하는 이를 모두 직접 찾아갔다. 금서로 분류된 책들의 저자를 맞은편에 앉혀두고, 손수 준비해둔 차를 찻잔에 따라주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알맞게 식은 후에야 상대에게 내주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가. 무엇을 해야만 했는가.

  질문하면, 맞은편에 앉은 이들은 대부분 손을 떨었다. 입에 들어가는 차보다는 쏟아지는 양이 많았다. 대부분 솔직하게 답하지 못했다. 몇몇은 대담하게 그를 비판했다. 히카루는 입을 다무는 이도, 소리 높이는 이도 모두 살려두었다. 그들의 피는 오직 제게만 튀었다. 이제껏 배운 검은 그런 곳에서만 가치를 발휘했다.

  책 표지를 톡톡 두드리던 중, 번뜩이듯 기억이 떠올랐다.

  책을 쓴 이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저를 찾아온 황제도, 뒤를 채운 군사도 흐릿한 눈으로 응시했다. 아무런 동요 없이 히카루가 내준 차를 음미했다. 향이 좋습니다. 한 마디 던졌다. 빛도 참 곱습니다. 차를 내주었으니 예의상 한 마디 해야겠단 말투였다.

  그대는 파멸할 것입니다.

  그리고 담담하게 저주했다.

  히카루는 그 말에 소리 내어 웃었다.

  나는 이미 파멸했어.


 

8/10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