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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마저도 즐겁다는 듯 옅게 웃었다.
“아키라.”
투정 부리는 어린아이를 부르는 듯한 말투에 아키라는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상냥한 척 부르고 있으나, 그는 전혀 상냥하지 않았다.
“아키라.”
조금 더 경직된 목소리에, 그는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시야가 흐릿했다.
끝끝내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 그는 밖에 대기하고 있던 시종을 불렀다. 눈 먼 시종은 더듬거리며 그 앞으로 다가와 섰다. 그때가 되면 제가 아무리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겨도, 하지 말라 애원해도 그는 시종을 꿇어 넘어트리고는.
목을 베었다.
그렇게 잘린 목을 들고, ‘이 아이가 뭘 잘못해서 그렇게 심통이 난 거야?’ 천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터져 나온 피는 그의 팔을 타고 흘러 바닥을 적셨다.
잘 알고 있다. 몇 번이나 봐 왔다.
무고한 이들이 저 때문이 몇이나 죽었던가.
아키라는 마지못해 고개 돌렸다. 조금 더 선명해진 시야에 그의 얼굴이 걸렸다. 기다렸다는 듯 초승달처럼 곱게 접히는 황금색 눈동자.
마치 홀린 듯, 아키라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히카루.”
속삭이든 나온 제 이름에, 히카루는 환하게 웃었다.
눈 마주치자, 이제껏 저를 사로잡았던 두려움도 무력함도 사라진 채. 아키라는 같이 마주 웃었다. 어릴 때로 돌아간 것 마냥.
악몽에서 깨 봐야, 현실은 더한 악몽이건만.
어디서부터 이 관계가 잘못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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