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수줍은 척 하던 내숭도 벗어던진 햇빛이 제 몸을 창틀 사이로 구겨 넣을 즈음이면 몸에 힘이 돌아왔다. 주먹 쥐어보았다. 이불을 걷었다. 매일 아침이면 늘 드는 희망 고문 같은 바람. 창까지 걸어가, 창을 여는 소박한 소망. 좀 더 힘주어, 떨어져 내리는 큰 소망. 그러나 제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리는 옷자락 밑에서 앙상하다. 몇 걸음 채 걷지 못하고 쓰러져 내리는 몸뚱아리는 쓸모없었다. 무겁고 추했다.

  더 추한 건 제 자신이었다.

  악몽이 제 몸을 짓누르는 밤은 끔찍했으나, 그 뒤로 기어오는 아침은 더욱 두려웠다. 아침은 아무리 뜬 눈으로 지새어도 찾아왔다. 몸과 마음 모두 억압되었다. 희망조차 갖지 못한 채 숨 몰아쉬고 내시는 시각은 일상.

  문은 소리 내지 않고 열렸다. 정적 가운데 발소리 터벅터벅 울렸다.

  아키라는 헙 하고 숨을 들이켰다. 내뱉는 법도 잊은 채 들이키기만 했다. 반사적으로 손이 이불을 꽉 쥐었다. 곧 힘이 빠졌다. 몸이 자연스레 덜덜 떨렸다. 지척으로 다가온 이는, 섬세한 손길로 제 머리칼을 그러모아 그 끝에 입 맞췄다. 손가락 끝이 뺨에 스쳤다. 동장군마냥 서럽고 찼다.

 

  “잘 잤어, 아키라?”

  스친 부위 두려움으로 화끈거렸다.

  소름끼치도록 다정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괴물이 인간의 거죽을 뒤집어쓰고 상냥한 척 해봐야 본질은 괴물인 것을. 인간이 될 수 없는 것이 인간인 척 해봐야 우스운 꼴이다.

핏기 가신 입술을 깨물며 시선조차 마주하지 않았다. 늘 그랬다. 눈이 마주치면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를 부르게 되었다. 마법과도 같았다. 어쩌면 그가 제 머리에 뭔가 수를 쓴 걸지도 모르지.

3/10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