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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은 늘 악몽의 끝으로 시작되었다.

  내용조차 기억나지 않는 꿈이건만, 무언가에 화들짝 놀라 눈 뜨면 침대 시트는 제 땀으로 축축했다. 아플 만치 거세게 뛰는 심장. 급히 숨을 몰아쉬었다. 내쉬었다. 황급히 눈으로 주변을 훑었다. 익숙한 무늬의 천장. 하나, 둘, 셋. 구불구불한 패턴을 눈으로 따라 그렸다. 어둑한 빛에 휘감긴 색채. 몇 개 세지 못하고 공기를 따라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현실이라 인식한 후에야 온 몸의 긴장이 풀렸다.

  바르르 떨리는 손을 부여잡을 힘조차 없었다. 맥이 탁 풀렸다.

  눅눅하게 살결에 달라붙는 옷이며 시트가 거슬렸다. 아키라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잠이 오길 기대하거나 잠을 청하고자 하는 건 아니었다. 지난 꿈의 자취를 되짚어볼 요량 또한 아니었다. 꿈은 산산조각으로 깨져, 이미 제 형태 잃고 발에 박혔다. 보이지 않았으나 이따금 따끔거렸다.

  새벽이 하늘을 열어젖히는 소리. 밤의 장막을 열어젖히는 장밋빛 손가락. 어딘가 아련했다.

몇 년 전까지 지겹게도 봐왔다. 해가 뜨기 직전 가장 어두울 때 일어나, 얼굴만 닦아내고 나오면 지평선은 푸르게 달아올랐다. 감상할 여력도 없이 연무장을 돌며 그저,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빛이 강해진다 생각하던.

  상상으로 그리는 새벽은 어두운 빛.

  어느새 심장 박동 점차 느려지고 떨림도 잦아질 즈음이면 몸에 힘이 돌아왔다. 몸을 일으켜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었다. 손을 들어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폈다. 작은 동작 하나에도 지나치게 힘이 들었다. 온 몸의 힘은 새벽의 어둠을 따라 흘러나갔다. 손이 툭 이불 위로 떨어졌다.

악몽에서 벗어나 숨을 고르면, 이제껏 잊었던 현실은 이때를 기다렸다는 양 폭포수처럼 제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거센 수압에 팔다리 허우적대었으나 허수아비처럼 뻣뻣하게 굴었다. 숨 쉬지 못해 헐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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