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1/10

EntrancE

​스텔룬 @Stellun

  처음 네 이름을 들은 순간, 그 음절과 문자를 하나하나 포개어 손에 그러모아 쥐었다. 손바닥 사이에서 바르작대었다. 세상 그 무엇보다 귀한 보물이었다. 이따금 아무도 없을 때면 몰래 굴려보다, 그마저도 곧 닳을까 금방 관두었다.

  말린 장미처럼, 네 이름은 생의 마지막 잔해였다. 온전치 못하게 가루되어 있을 이름이 두려워, 나중에 가서는 차마 손을 펴지도 못했다. 손가락 새로 녹슨 철가루마냥 새어나와 허공을 부유하는 모습을 모른 척 했다. 그만큼 애달프고 소중했다.

  마냥 두려웠다.

  언제고 용기 내어 꾹 쥔 주먹을 펴보았다. 손가락 하나하나 조심스레, 텅 비어있었다. 애초에 아무 것도 없었던 양. 형태 없는 너만 애달피 손에 가둔 채 살았다.

  넌 원래 없었던 이인가, 아니면 사라진 걸까.

  없는 너를 붙잡고 하루를 울었다.

​*약한 고어요소/ 히카아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