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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우야 가의 차남은 제 식솔의 목을 직접 베었다. 아비의 피가 묻은 손으로 그들의 목을 상자에 차곡차곡 담아 황제에게 바쳤다. 흰 피부에 틘 피가 요사스러워 보일 만치 아름다운 광경.

드릴 수 있는 건 그뿐이 없었다.

  그 고운 황금색 눈동자가 예쁘게 가늘어지면 세상을 다 가진 것 마냥 그저 황홀했다.

  이 목도 필요하다면 드리겠다 했으나, 황제는 고개를 저었다. 그저 곁에 있어달라 하는 말에, 아키라는 그러겠다 답했다.

  제 의지로 사냥개가 되었고, 제 의지로 목줄을 채웠다. 사실상 히카루가 눈치 채지 못한, 처음 만났던 날, 이미 채워졌던 목줄.

  가끔 히카루는,

  왜 내게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묻곤 했다.

히카루는 제 목에 채워진 목줄을 알지 못했다. 그 눈에 반했다 말하기에는 어쩐지 부끄러웠다.

  그게 네게는 불안이었을까.

  다리가 있으면 네가 도망칠 지도 모르잖아.

 

  여전히 곱게 가늘어지는 눈웃음에, 아키라는 홀린 듯 고개 끄덕였다. 힘줄 잘린 다리로는 더 이상 뛰지 못했다. 며칠 가지 않아 손목의 힘줄도 잘렸다. 굳은살 배긴 손에, 이제 검은 사치였다. 제 모든 노력이 부정당했다.

  그래도 네가 앞에 있을 때면 모든 게 괜찮았다.

  저를 둘러싼 모든 것은 안개처럼 흐릿해, 제가 벤 가족들은 저 멀리로 사라져버려. 세상에는 오직 너밖에 없으니.

  그러나 밤이 오면, 아침이 올 때까지 나는 악몽에 사로잡혀, 차라리 죽음을 바라며.

  그럼에도 네 눈을 보면 다 괜찮아지는 것 같으니, 참 이상하지.

10/10

스텔룬 @Stellun

급하게 쓰다보니 이게 뭔가 싶게 써버렸네요.

마감은 미리미리 해야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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